[이슈왈왈 2020]5월 2주 _ ‘디지털’만 앞세운 한국형 뉴딜…중요한 건 “사회적 전환”이다 외 5편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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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만 앞세운 한국형 뉴딜…중요한 건 “사회적 전환”이다


한국판 뉴딜 10대 중점 과제 (출처: 서울경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추진하려는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기후변화 대응과 연계한 ‘그린뉴딜’을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에서 실제로 공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밑그림은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경제에 방점을 찍고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서비스) 즉 디지털경제가 급부상하는 시국을 반영이라도 하듯 정부가 디지털을 앞세운 ‘한국형 뉴딜’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4차산업이 가져올 시대 변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했을 때 이미 언급했던 내용들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은 “혁신”과도 거리가 멀며 전 지구적 화두인 그린뉴딜로의 “전환” 과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 원격의료를 통한 의료 영리화 등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성 체제의 강화에 가깝다. 또한 디지털 장비 생산이나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기 에너지는 화석연료의 의존도가 높기에 디지털 기술이 되려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구성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는 한국형 뉴딜이라는 처방부터 발표하기 전에 코로나19가 발생한 재난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알려준 건 고도성장을 위해 착취되고 파괴된 환경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극단적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위기에 봉착했단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국형 뉴딜이 꼭 ‘그린뉴딜’ 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린뉴딜 자체가 아니라 “기후위기” 와 “불평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하는 방법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지금의 경제와 사회 구조가 전환하는 것임을 정부는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참고기사

[서울경제] 디지털 앞세운 한국형 뉴딜…화끈한 규제혁신 없어 성과 미지수
[한겨레] 여권에서도 “코로나 위기극복 한국형 뉴딜, 그린뉴딜에 기초해야”


2. 예술인권리보장법,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는 안민석 의장 (출처: 연합뉴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7일 전체회의에서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 방지와 예술인 권리 보호를 위한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예술인은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문화예술계 미투 사건을 목도하며 예술인이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와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확인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이러한 배경 아래 현장 예술계와의 오랜 논의 과정 끝에 만들어진 법안이다. 하지만 특별한 정치적 쟁점이 아닌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4월 발의된 이래 20대 국회의 무능으로 국회 임기 내내 계류되어 법안 통과조차 불투명했다. 20대 국회의 임기 종료를 한 달도 채 안 남겨둔 지금, 드디어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의결되었다. 이제 남은 관건은 20대 국회 임기 종료 전 본회의가 개최될 지 여부다.

한편 이번에 의결된 안은 최초 제출안에 비해 미흡한 점이 있기에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법안의 대상인 예술인의 범주가 축소되어 사각에 놓인 창작자는 수혜 대상이 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둘째, 집행력 있는 민간 위원 및 기구가 설치되지 않아 독립성과 자율성이 약화되었다. 셋째, 벌칙 조항이 삭제되어 향후 블랙리스트와 같은 국가 범죄가 재발할 경우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더욱 필요성이 더욱 도드라진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만은 없다. 미비한 점은 다음 국회에서 개선하더라도 법안은 통과시켜야 한다. 20대 국회도 남은 임기 동안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반드시, 그리고 조속히 통과시키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참고기사

[연합뉴스]문체위, 예술인 권리보장법·장애예술인 지원법 제정안 의결


3. 스포츠윤리센터 설립…더 이상 홀로 싸우는 피해자가 없기를

28일 열린 스포츠 윤리센터 설립위원 위촉식 (출처: 뉴스1,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국내 체육계 첫 ‘미투’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다가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대한체조협회 전 고위 간부가 피해자의 재고소로 시작된 추가 수사에서도 재차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을 시작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전 체조협회 전무이사 김OO(이하 김OO)의 성폭력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이경희 코치(이하 이 코치)는 줄곧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다.
탄원서, 고소, 미투, 재고소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싸워왔지만 결국 지난 3월 또다시 불기소처분으로 수사는 끝이 났다. 그 사이 김OO은 주변인들까지 동원해 허위사실을 주장하며 체조계로 복귀를 시도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2019년에 이르러서야 해임되었다. 김OO은 이 코치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받은 벌금 300만원에 불복해 지금도 재판 중이다.

폐쇄적이고 견고한 체육계를 상대로 이어온 이 힘든 싸움은, 그러나 결코 헛되지 않았다. “더이상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는 방법은 사건을 알리는 것”이란 이 코치의 결심은 이후 수많은 선수들의 고발로 이어졌고, 체육계의 성폭력 은폐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높아졌다. 그 흐름이 이어진 결과가 ‘스포츠 윤리센터’의 설립이다.

스포츠 윤리센터는 체육계로부터 독립된 스포츠 인권 기구로서 8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폐쇄적인 스포츠계에서 그동안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알려도 보호 받지 못할 거란 두려움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감당하거나, 피해 사실을 알려도 2차 가해에 시달리거나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스포츠 윤리센터는 기존 스포츠계의 권력 구조 밖에 설립되는 독립적인 기구인 만큼 피해자가 믿고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지원하길 바란다.

폭력·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 대다수가 현장에 돌아가면 피해 당시 동조하거나 침묵한 이들과 또 다시 마주해야 한다. 이들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뒤늦었지만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더는 피해자가 숨죽이고 숨지 않도록 스포츠 윤리센터가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또한 스포츠 윤리센터는 체육계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장치 중 하나로 활용하되, 체육계 내부에서부터 위계와 카르텔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개선 의지, 실천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다시는 체육계 내의 이런 폭력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힘써 그동안 힘겹게 싸워 온 많은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참고기사

[노컷뉴스] ‘체육계 첫 미투’ 재고소 사건도 가해자 무혐의 종결
[뉴스1] 문체부, 체육인 인권 보호하는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착수13


4. n번방 방지법 통과…가해자 처벌만큼 중요한 피해자의 일상 회복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
(출처: [부산일보] ‘n번방 방지법’ 본회의 통과…성착취물 단순소지도 최대 징역3년, 제공: 연합뉴스)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형법·정보통신망법·범죄수익은닉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불법 성착취 영상물 제작·배포 행위뿐 아니라 소지하거나 구입한 경우에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불법 성착취 영상물 유통을 방치한 정보통신서비스(플랫폼) 사업자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에서 성착취 영상물을 거래·유포해 얻은 범죄 수익은 몰수할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많은 이들의 고통과 투쟁의 시간이 있었고 비로소 변화를 향한 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았으며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디지털성범죄는 영상이나 이미지가 온라인을 통해 계속 유포될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현재의 피해 뿐만이 아니라 미래에 받을 수 있는 잠재적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가해자 처벌만큼 피해자 일상 회복에도 주목해야 한다.

피해자 개인이 가해자에게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2차 가해로 번질 가능성도 있기에 국가에서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범죄 가해자로부터 얻은 벌금이나 추징금을 통해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범죄피해자보호제도가 존재하지만, 피해자 지원의 범위가 좁고 특히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심리치료비(6개월, 최대 400만원)나 생계비(월 50만원 3개월)의 경우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처럼 기존 제도의 맹점을 개선하고 보완하여 국가에서 피해자가 일상을 찾을 수 있도록 피해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참고기사

[경향신문] ‘n번방 방지법’ 29일 본회의 통과…성착취물 소지자도 최대 징역 3년형


5. 혐오를 멈춰야 코로나19도 멈춘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성소수자가 주로 찾는 클럽에 다녀왔다”는 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이 알려지면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의 성정체성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권을 침해하고 민감한 개인정보가 공개될 우려가 큰 ‘확진자 동선 공개’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가 사회 문제의 여러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기후위기, 소수자혐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인권 침해, 국가 통제의 강화 등이 그러하다. 이에 더해, 언론의 무차별적이고 자극적인 정보 공개 보도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재질문하게 만든다.

몇몇 언론은 지자체가 공개한 신규 확진자 동선 정보 등을 바탕으로 확진자의 성정체성 등 방역과 무관한 신상정보를 유출하였고 이는 현재 소수자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명단을 요청하는 등의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개되는 정보들은 감염병의 예방과 처방을 위한 것이지 개인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감염인은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언론과 방역당국은 코로나19와 혐오가 확산되지 않도록 확진자 동선 및 신상 공개에 대한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서로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방식에 대한 사항을 제도나 기관에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참고기사

[경향신문] 코로나19 동선공개로 ‘아웃팅’ 우려…“동선공개 지침 변경해야”


기획이슈 | 기후왈왈

6. 지구 속 동상이몽. 유럽은 기후 비상사태, 한국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멕시코시티에서 ‘지구 기후 파업’ 시위에 참가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SOS, 기후 비상사태”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다 (출처: 중앙일보, 제공: 로이터=연합)


강원 삼척시에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말썽이다. 포스코에너지가 자회사 ‘삼척블루파워’(옛 포스파워)를 통해 2018년부터 삼척 맹방해안과 안정산 일대에 ‘포스파워 1 · 2호기’를 짓는 중인데, 공사 터에서 동굴이 발견된 것이다. 최근 민간합동조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굴의 가치가 “지정문화재급”이라면서도 “공사를 계속해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척블루파워의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은 연간 1300만t인데, 이는 정부가 2030년까지 감축하기로 계획한 온실가스(2030 로드맵) 가운데 감축 수단을 확정하지 못한 3400만t의 약 40%에 해당하는 양이다.

‘포스파워 1 · 2호기’는 이전 정부에서 승인했던 발전소 중 하나로 현 정부의 아무런 규제 없이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대대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포스코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무지함과 무책임을 드러내는 것이며, 지난 2016년 195개국이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에도 반하는 행태다. 파리협정에서의 지구 온도 1.5도 이하 목표 달성을 위한 과학 기반의 분석에 따르면 OECD국가의 경우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퇴출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포스파워 1 · 2호기’ 가 건설 중인 위치에서 “지정문화재급” 동굴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관련자들이 자본주의적 욕망에 눈이 멀어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 올해 안에 삼척블루파워의 화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함과 동시에 유럽과 같이 한국 정부도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포해야 한다. 또한 실효성 있는 기후위기 정책 설계와 실행을 위해 중앙정부에 기후위기 관련 전담 부서를 조직하고 ‘기후위기비상행동’에 서명한 국회의원 40명은 시민에 대한 약속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참고기사

[한겨레] 문화재급 동굴 일부만 조사하더니 석탄화력 건설 괜찮다?
[연합뉴스] 유럽의회, ‘기후 비상사태’ 선언…국제사회 행동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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