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왈왈 2020]12월 3주 _ 용산미군기지 반환 과정의 민주적 절차 필요 외 3편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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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용산미군기지 반환 과정의 민주적 절차 필요

용산공원의 미8군사령부 전경 (출처 : 용산공원 홈페이지)

 

정부가 오늘(12월 11일) 반환 대상이던 주한미군기지 가운데 12곳을 미국 측으로부터 반환 받는다고 발표했다. 2007년 23곳을 반환 받은 이래로 1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환이며, 용산기지의 일부도 처음으로 반환됐다. 그러나 환경오염 정화 비용 부담 문제는 미국과 추후 논의키로 해, 사실상 정부가 정화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진다.

주한미군기지 반환이 논의된 이후 처음으로 용산기지의 일부가 반환됐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주요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하나는 최초의 국가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용산공원’의 조성 계획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반환되는 용산기지는 용산공원이 들어설 전체 면적의 2%에 불과하다. 다른 하나는 반환 받는 구역에서 발암물질과 유류오염물질 등이 다량 검출됐으나 정부의 미군기지 반환 계획 발표에 이 같은 환경오염에 대한 얘기는 누락된 상태란 것이다. 환경오염 책임에 대한 정화 비용을 미국에서 받아낼 수 있는지조차 미지수다. 

‘용산기지를 시민생태공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있어 왔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본격적인 반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반환 과정과 절차에서 시민은 배제된 채 정치적·행정적 관계자들 간의 논의만 이뤄지고 있다. 단지 공원화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주권침해와 생태파괴 등 주한미군기지 반환을 둘러싼 여러 사안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참여하고 내용을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가 간 정치적 관계 선에서의 협의 수준을 넘어서 우리 정부가 책임 있는 반환 요구 내용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참고기사

[경향신문] 용산기지 일부 등 미군기지 12곳 반환, 오염 정화 비용은 여전히 ‘숙제’

[뉴스타파] 반쪽짜리 ‘미군기지 반환’, 용산기지는 전체의 2%에 불과


2.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기본적’ 의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도행진 기자회견 (출처 : 정의당 홈페이지)


10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유엔 세계인권선언 72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빈곤과 장애 등을 이유로 지원에서 멀어지거나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이 과도한 비난을 받는 등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혐오와 차별이 강화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든 구성원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일상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지난 20대 국회까지 총 7번 발의됐으나 모두 철회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지난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8번째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14년 8월에는 180여 명의 시민이 주체가 되어 안전·복지·주거·교육 등 시민이 누려야 할 인권적 가치와 규범을 담은 <서울시 인권헌장> 제정을 추진했지만, 인권헌장 발표를 앞두고 일부 단체의 반대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내용을 놓고 ‘서울시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기독교계, 반동성애 단체와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권단체의 주장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13년 동안의 이런 지난한 과정에서 인권 관련 법안 10여 개가 철회됐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재난 상황에서의 차별과 혐오는 일상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 법제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88.5%), 코로나19 국면에서 ‘누군가를 혐오하는 시선·행위가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고 답한 비중도 91.1%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반대로 일부 개신교 교단과 교회는 법 제정을 제지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의 174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과 정부는 부재 상태다.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권을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권리가 있으며, 차별금지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의무이기에 당장 국회와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행해야 한다.


참고기사

[한겨레] 코로나19로 차별금지법 절실했는데…정치권은 여전히 외면

[시사IN] 기본권 보장도 눈치 보는 여당


3. 자유계약직과 비정규직의 노동 형태는 고려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정편의주의

국민겅강보험공단 (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12월은 프리랜서에게 잔인한 달이다. 11월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산정하고, 작가들은 뒤늦게 갑자기 올라버린 건강보험료 청구서를 받아들어야 한다. 프리랜서들은 여러 곳에서 단기간 혹은 일회성으로 작업을 하고 소득을 얻는 경우가 많지만,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고정된 수입으로 간주해 건강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국가 4대 사회보험(산업재해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국민건강보험) 중 하나인 국민건강보험은 일상에서 건강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진료비의 부담을 완화하여 보건의료서비스로의 접근 문턱을 낮추고 국민보건과 사회보장을 향상시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국가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하는 해당 제도는 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산정하고 보험료를 기금화한다. 

이런 사회보장제도로서의 국민건강보험은 건강보험료 산정에 있어 크게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받고 있다. 하나는 자유계약직이나 비정규직 노동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이다.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은 소득인데, 소득이 불안정한 자유계약직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건강보험료 산정이 불리하게 적용된다. 단기간 또는 일회성의 수입을 고정 수입으로 간주하여 실제 수입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실과 다르게 산정된 건강보험료를 조정하기 위한 절차와 과정이다. 소득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산정되어 건강보험료가 올랐다면, 소득이 중단된 상태도 자동으로 산정되어 낮아져야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수입이 중단되어 건강보험료를 내리는 건 보험 가입자 당사자가 일했던 곳에 일일이 연락을 하여 해촉증명서를 통해 직접 증명해야 한다. 

이에 국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통해 제도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지역보험료 조정·경감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하여 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계약서류를 증명자료로 포함할 것을 요구하거나 사용자가 건강보험공단에 ‘계약종료신고’를 하여 이를 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궁극적으로는 적절하지 못한 행정편의적 관행에 쇄신이 필요하며, 다양한 노동 형태가 지닌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조성하는 데 사회적 연대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참고기사

[경향신문] 프리랜서 건보료, 각자의 싸움을 모아 바꾸자

[경향신문] 해촉증명서 없인 ‘건보료 폭탄’, 프리랜서들의 ‘잔인한 12월’ 해법 나올까


4.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고 김용균 씨 2주기를 맞아 열린 토크콘서트 ‘그 쇳물 쓰지 마라’에서 김미숙 씨가 남긴 글 (사진 :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산재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3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이들은 단식농성 돌입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12월9일 정기국회 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국회는 이제 죽음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한 산재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농성까지 나섰지만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은 정기국회에서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지난 6월 정의당이 21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이후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여러 차례 법안을 제출하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 또한 여러 차례 제정 의사를 밝히는 등 계속해서 국회가 입법 의지를 보여왔던 법안이다. 거기다 지난달에는 국민의 힘 또한 지도부 차원에서 입법을 독려하면서 이번 국회에서는 입법이 통과되리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제사법위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민주당은 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등 각종 쟁점 법안은 밀어붙이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당 내 이견조차 사실상 방치해왔다. 정치권의 안일함과 진영 다툼 속에서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다시 한 번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오늘도 일터에서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법안이 더 이상은 그 무엇에도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다시 한 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만큼은 그 약속이 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다시 한 번 상기할 때다. 임시국회 또한 남은 기간이 결코 길지 않다. 정기국회 기간 때와 같은 논의로는 제정이 쉽지 않다. 빠르지만 촘촘한 논의를 통해 이번에는 제대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을 기필코 제정해야 한다.


참고기사

[매일노동뉴스] |지지부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 결국 단식농성

[투데이신문] 벼랑 끝으로 내몰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임시국회에 사활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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