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의 파급효과 연구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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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의 파급효과 연구 (2019년 12월)


[요약]

2019년 5월 WHO는 ICD-11의 개정판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정식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서브컬처를 넘어 보편대중문화로 확장하던 디지털게임계로부터 WHO의 결정에 대한 전세계적 반발 제기

국내에서도 WHO의 결의안에 대한 찬반양론이 크게 대립했으며, ICD-11의 국내 수용에 대한 격렬한 논쟁 발생

WHO의 결정은 인류 건강에 대한 개념을 생리학적 현상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제반에서 발생하는 삶에 지장을 주는 더 폭넓은 요인들을 함께 고려하고자 하는 질병 개념의 확장 과정으로부터 이어짐

ICD-11의 개정판은 그러한 질병에 대한 폭넓은 접근으로부터의 변화 양상을 드러내며, 젠더 이슈의 질병코드 재조정,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범주 포함 등과 같은 맥락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이루어짐

ICD는 최초 사망원인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자 하는 목적하에 통계지표의 설립을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사망을 유발하지 않는 질병 전반에 대한 분류체계의 필요성 하에 제6판부터 질병분류표준으로 자리를 잡으며 2019년 제11판까지 이어져 옴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현상들에 대한 질병 목록의 추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도하게 디지털게임을 이용하는 경우를 진단, 정의하는 신규 코드 6c51 게임이용장애의 등재가 이루어짐

게임이용장애는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적 장애 > 약물 및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 >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 카테고리 내 4개 질병분류 중 하나로 등재되었으며, 동일 레벨에는 특정된 장애로 도박 장애가 포함되어 있음

게임이용장애는 게임행동에 대한 자기제어 손상, 과도하게 높은 게임에 대한 우선순위 부여에 의해 일상 및 기능영역의 상당한 손상을 불러일으키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됨

이 지정은 디지털게임 자체와 그 이용을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며 과도한 이용에 중심을 둠. 그러나 공식 질병 지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 존재

문제되는 현상에 대한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이용장애는 의학적/생리학적 관점을 중심으로만 ICD-11 개정과정에서 논의되어 왔으며, 이는 WHO가 추구하는 질병에 대한 포괄적 이해와 다소 거리가 있음

특히 디지털게임이 사회적, 매체적 현상임을 감안할 때 의학적 접근만으로는 게이밍 현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어렵고 의학연구자 또한 사회구성원이라는 환원적 문제의 한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운 특성 존재

동일 카테고리 내 6c50 도박장애와 6c51 게임이용장애는 단어만 바뀐 채 동일한 개념 정의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게임 및 그 이용에 관해 도박과 분리된 정의가 불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시사

DSM-5 발표 이후 5년간 의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 진행된 연구들은 DSM이 과도한 게임이용 현상에 대해 제안한 ‘추가 연구 필요’라는 요청에 답할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으며, 합의 없는 상황에서의 WHO 발표는 각계의 반론을 부르며 논란 초래

WHO의 게임이용장애 등재는 특히 국내로 이슈가 유입되면서 더욱 난맥상을 띠게 됨.

‘게임중독’이라는 명명 하에 이뤄진 국내 담론의 역사는 1990년대부터 시작되어 지속적으로 확장 및 고착되어 왔으며, PC방 등의 온라인 문화 도입 이래 업무 및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 사회악으로 거론

각종 범죄 발생의 배경으로 디지털게임 이용이 거론되는 등 ‘과도한’ 게임이용 뿐 아니라 일반적 게임이용까지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는 현상이 발생

이로 인해 과도한 게임이용의 원인을 밝히는 입장보다 부정적 행동이라는 결과 방지만을 중시하는 결과 초래

이러한 중독 개념을 명명한 곳은 의학계가 아니라 정보문화계통이었으며, 미디어에 의해 재생산되며 사회 전반에 보편담론으로 고착

중독이라는 용어 또한 엄밀한 정의에 의하기보다는 특정 대상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행위 전반을 중독이라 칭하는 빈도가 확장되면서 ‘게임중독’이라는 개념이 대중 사이에 정착

강화된 게임중독 담론 속에 부작용 억제를 위한 제도와 정책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셧다운제 등이 법제화되고 ‘정신건강종합대책’ 안의 4대 중독물질로 디지털게임이 거론되는 등의 활동이 이어졌으며, 이는 매체적, 문화적 성격을 갖는 디지털게임을 사용자들의 능동적 주체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정부, 기관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되는 대상으로 각인시키며 게임이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강화에 기여

엄밀하지 못한 게임중독 담론이 보편화된 가운데 의학계와 사회과학계는 각각 문제되는 행위의 원인 규명 착수

의학계는 WHO 중심의 연구를 다년간 수행해 왔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게임의 과도한 이용을 질병진단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

그러나 이 결론은 아직 의학계 내에서도 보편적으로 합의된 수준의 결론에 이르지 못했으며, 이로 인한 과잉의료화와 같은 부작용에 대한 염려 또한 동시에 존재

사회과학계에서는 과도한 게임이용 현상은 과도한 스트레스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높은 수준의 게임 노출’과 ‘문제적 과이용’의 구분이 필요함을 주장

특정 개인에 대한 진단과 치료보다 선행해야 하는 것은 사회 제도 전반의 개선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개인보다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접근을 제시

한편 이 논의 과정에서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 스트레이트성의 보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논쟁의 심화보다는 사안별 이슈 보도에 중심을 둠

이로 인해 ‘게임중독’이라는 개념은 도덕적 공황 상태에 이르게 되었으며, 담론의 중심에 위치해야 할 게임 이용자를 대표하는 의견은 표면에 드러나지 못한 채 논의는 의학의 찬성론과 사회과학의 반대론으로 과도하게 일축됨

지난한 논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과열된 논쟁의 양상을 차분하게 정리할 필요성 제기됨

WHO가 건강을 다루는 기조 하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는 그 목적 면에서 부합하나, 실제 등재과정에서의 부족한 합의와 누적되지 못한 연구결과는 2019년의 등재를 다분히 성급한 결정으로 볼 수 있게 함

이는 특히 ‘게임중독’ 담론으로 오랫동안 게임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이 자리해 온 한국에서 논쟁의 과도한 확대를 유발했으며, 이로 인해 논쟁은 생산적/발전적 방향을 지향하기보다는 상호 비방과 오해로 점철되는 경과를 겪어 옴

그러나 찬반 모두 공통적으로 디지털게임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행위가 문제라는 점은 동의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통의 동의로부터 상호협력 가능한 지점을 모색하는 입장 필요

복잡한 사회현상인 과도한 게임이용에 학계 전반의 복합적 시각이 통합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언론 또한 불필요한 논쟁을 유도하지 않고 성숙된 합의점을 찾기 위한 방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함

실제 이슈의 당사자인 디지털게임 이용자들의 의견과 입장 또한 충분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과도한 게임이용 문제에 대한 충분히 합의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


[목차]

요약    _09

0. 총론    _13

1. 들어가며    _31

2. ICD-11과 6c51 게임이용장애의 의미    _35

  2.1. ICD의 의미와 역사    _37

  2.2. WHO가 규정하는 건강과 질병의 의미    _41

  2.3. ICD-11 개정판과 6c51 게임이용장애    _42

  2.4. 소결 및 시사점    _51

3. ICD-11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국내 수용의 맥락들    _53

  3.1. 국내 ‘게임중독’ 담론의 형성과 강화    _56

  3.2. 의학계와 사회과학계 의견 대립    _61

  3.3. 언론과 대중    _65

  3.4. 소결 및 시사점    _67

4. 결론    _75

5. 참고문헌    _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