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활동후기'좋은 삶'을 위한 문화의 전환, '기후위기 벗는다'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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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한 문화의 전환, '기후위기를 벗는다'


기후위기 시대에 요청되는 상호의존성과 호혜성, 시민의 자주정신과 협력 문화, 생태시민권, 그리고 '단호한 낙관의 자세'
예술과 예술가를 통해 새로운 삶과 문화의 전환을 상상하고 제시.

'924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지난 9월 22일 목요일 아침 11시, <기후비상사태:리허설>을 연출한 전윤환 연출가, 홍이현숙 안무가, 신인아 디자이너 외 50여명의 문화예술인이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기후위기 메시지가 찍힌 의상을 입고 액션을 벌였다.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는 주황색, 초록색으로 기후위기 메시지가 인쇄된 티셔츠와 천 조각이 죽 늘어져 있었다. 하나 둘씩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든 문화예술인들은 안내에 따라 계단으로 올라가 마음에 와닿는 기후위기 메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문화예술인들은 옆에 놓여있는 티셔츠를 입고 '문화예술인 기후정의 공동행동 - 기후위기를 벗는다'가 시작됐다. 

2018년부터 9월마다 진행된 글로벌 기후파업의 배경과 '924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문화연대에서 기획한 문화예술인 기후정의 공동행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삶의 양식의 전환, 즉 문화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 방향성으로 상호의존성과 호혜성, 시민의 자주정신과 협력 문화, 생태시민권 등이 세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인류가 기후위기를 헤쳐 나갈 저력이 있음을 잊지 않고 ‘단호한 낙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술가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삶의 양식과 지속가능한 삶, ‘좋은 삶’의 다양한 모델을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적인 사고와 표현을 통해 제시하고 영감을 줄 수 있다. 동시에 예술 활동 자체내에서도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려는 실천이 요청되고 있다. 

이어서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8일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류가 집단행동이냐 집단자살이냐 갈림길에 있다”고 경고한 내용을 인용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티셔츠에 인쇄된 기후위기 메시지는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7월부터 활동가, 소설가 등 시민 대상으로 기후위기 이야기를 모으고, 이를 토대로 그래픽디자이너가 100의 포스터를 디자인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디자인은 기후위기 대응 활동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이 프로젝트에 공감한 디자이너와 작가가 금전적 보상없이 '기후위기를 입는다'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었다. 참여 디자이너 중 신인아 디자이너는 이날 참석하여, 자신이 디자인한 시각물이 찍힌 티셔츠를 입고 발언을 이어갔다.  

[기후위기를 입는다] 온라인 전시 바로가기



기후위기라는 현실을 처음으로 제대로 직면하던 시기 제가 느꼈던 감정은 ‘어쩔줄 모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가 거대해서 막막함, 두려움, 살아온 시간만큼의 죄책감 같은 게 훅 실감나면 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제 생의 거의 1/3을 해외에서 공부를 하며 지냈는데요, 유학생활비는 한국에서 부모님이 고기집과 고기 도매를 병행하며 번 돈으로 충당했습니다. 비행기 타는 게 지겨울 정도로 해외를 오가며 배출한 탄소, 그리고 제 학업을 위해 물건처럼 생산되고 살해당한 적어도 수만마리의 소와 돼지들. 얼마나 많은 착취를 통해 내가 누리며 살았나 이런 것이 실감이 나면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커다란 괴로움은 쉽고 간편하게 외면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에이, 안그런 사람이 어딨어’. ‘그렇게 따지면 피곤해서 어떻게 살아’. 라는 말을 통해서요. 그럼에도 이 불편한 감정을 놓지 않는 이유는 그 배경엔 저 자신이 그렇게 당연한 착취와 파괴의 공범이라는 이해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공모하지 않고 살기 위해선 ‘에이~‘라는 추임세나 ’다 그래‘라는 말 같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가치관의 전환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해하는 기후정의입니다.

그리고 이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문제는 우리가 (특히 디자이너들이) 너무도 빨리 ‘그래서 그건 어떻게 하는 거냐‘ 묻는다는 겁니다. 기후정의는 단순히 비건을 실천 하고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생각의 뿌리부터 바꿔 표면에 드러난 결과의 일부입니다. 착취와 파괴를 당연히 하는 문화에서 비롯한 구조가 아닌 다른 구조는 어떤 모습입니까? 그러니까 디자이너는 착취와 파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구조에 포섭되지 않고 디자인 할 수 있습니까? 그 안에서 ‘좋다’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의심할 수 있습니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까? 당장 클라이언트와 관계맺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겁니까? 그 과정에서 생산 되는 자원은 어떻게 순환되어야 할까요? 저는 이 질문들을 탐색하며 더듬어 나가는 과정에서 완전히 새롭고 익숙한 장면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로 마주하게 된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정의는 저에게 어렵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어렵고 즐거운 일이기에 이렇게 질문을 모색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무엇이 기후 문제를 해결할지 말하기 보다는 이 일은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기 위해 왔습니다. 함께합시다. 반갑습니다.


발언이 끝난 뒤,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가 흐르자, 문화예술인들은 924기후정의행동의 슬로건인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와 "기후위기 벗겨버려!"를 외친 후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이후, 벗어 던진 티셔츠를 광화문 광장의 가로수와 공공시설물에 태그와 함께 걸어두었다. 태그에는 '기후위기를 벗는다' 행동 소개와 티셔츠 사용법에 관하여 안내되었다. 


12시,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광화문 광장은 사람들로 붐볐고 여러 시민들이 티셔츠에 흥미를 보였다. 티셔츠를 살펴보던 시민 몇몇에게 기후위기에 관하여 질문하자 다양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한 켠에서는 '기후위기를 입는다'의 디자인으로 제작한 실크스크린으로 인쇄 워크숍이 진행됐다. 사전 공지에 따라 의류, 가방 등의 소지품을 가져온 참가자 대상으로 "지구의 미래는 살 수 없다" 메시지를 실크 인쇄하였다. 

[개요]

  • 일시 : 2022년9월 22일 (목) 11:00 
  • 장소 :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광화문 광장 쪽)
  • 주최 : 문화연대 / 후원 : 기후위기비상행동
  • 순서
    - '기후위기를 입는다' 티셔츠 입기 및 오프닝
    - 발언 1 : 이원재_문화연대 집행위원장
    - 발언 2 : 신인아_오늘의풍경, '기후위기를 입는다' 참여 디자이너
    - 퍼포먼스 : 티셔츠 벗기 / 광화문 광장에 티셔츠 걸기

PS. 그리고 '기후위기를 벗는다' 행동을 앞두고 '알맹상점'에서는 헌옷을 모아주었다. 이 옷에 '기후위기를 입는다' 메시지를 찍고 924기후정의행진 때 문화연대 활동가와 회원들과 함께 입고 행진에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