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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후기4464일 하루 하루가 예술이었던 사람들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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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재춘 언니' 시사회 후기

4464일 하루 하루가 예술이었던 사람들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이두찬


 

해고된 노동자들이 있었다. 2007년 4월 9일 대전 콜텍 공장 폐업으로 시작된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은 천일 이천일 삼천일을 넘어 4464일 꾸준하게 싸웠고, 마침내 승리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곁에 함께 해줬고, 또 함께 비를 맞아줬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은 지칠 수 있는 길고 길었던 싸움에 활력을 불어 넣어줬다.

 

기타노동자들은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연극도 두 편이나 올렸다. ‘구일만햄릿’과 ’법 앞에서‘ 두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길 위 농성장에서는 해고노동자들이 대본을 외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림 그리는 작가들은 무대 의상을 만들고 무대를 함께 꾸몄다. 또 누군가는 영상으로 그 일상을 담으려 함께 했다. 그렇게 해고노동자들은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이야길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만들던 악기로 공연을 해보자는 뮤지션들의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해고노동자들을 어엿한 밴드로 성장시켰다. 무려 1집 앨범이 있으며, 모두 자작곡으로 꾸며졌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진행됐던 수요문화제에서 기타노동자들은 밤낮으로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연대로 또 예술이라는 지지대로 기타노동자들은 13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버텼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또 한 편의 영화로 완성됐다, 영화의 제목은 ’재춘 언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영화의 핵심 인물은 임재춘 조합원이다. 어느 시간에 농성장에 들려도 항상 밥 먹었냐고 물어 봐주고, 글쓰기도 귀찮다, 머도 귀찮다 하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면 갑자기 비장한 표정을 보여준 우리 ‘재춘 언니’가 주인공이다.

 

영화 ‘재춘 언니’의 시사회가 지난주 23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됐다. 그간 싸움에 함께해준 많은 이들이 자리를 지켜줬다. 영화 포스터에 써진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라는 문장이 그간의 세월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오랜 벗들의 과거 모습을 찾는 재미도 있었지만,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에서 그동안 투쟁이 과정이 떠올라 웃고 웃으며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 시작 전 무대인사에서 이수정 감독은 이 영화에 출연하는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했다. 매우 동의하다. 기타노동자들의 4464일에 함께한 모두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생각되며, 모두의 연대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재춘 언니’는 3월 31일 개봉한다. 현재를 꾸준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꼭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추천한다.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 이두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