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활동후기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을 위한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2022-04-13
조회수 1662

지난 4월 11일(월), 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을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활동가가 단식투쟁에 돌입하였습니다. 두 활동가가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남긴 말을 전합니다.




미류가 전하는 말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어깨를 펼 수 있을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를 상상하며 누군가 했던 말입니다. 어깨를 펴는, 어쩌면 사소한 순간. 단식투쟁을 시작하며, 누군가 움츠린 어깨들을 펴던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차별당한 사람이 차별당한 경험을 말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일까요? 아닙니다. 말을 꺼내면 억지를 부린다거나 불쌍한 척 한다거나 유난을 떤다는 반응이 돌아오는 건 지금 한 정치인의 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차별은 없다’는 선언은 ‘차별당했다는 말은 듣지 않겠다’는 엄포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기어이 용기를 내어 말하기 시작합니다. 깊숙이 자리잡아 잘 보이지도 않던 무언가에 차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어깨를 펴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순간은 빛이 납니다. 우리가 망각당해온,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존엄하다’는 진실을 기억시키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힘겹게 싸운 이들이 누구보다 기꺼이 자신의 어깨를 내주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고 돌보는 방법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는 이렇게 평등을 불러내어왔습니다.   


국회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요? 대한민국 헌법에 누구든지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적혀있는 걸 더 읽어줘야 합니까? 많은 나라들이 차별금지법을 통해 만들어온 변화를 더 소개해야 합니까? ‘차별하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표를 주지 않을까봐 ‘차별하지 말자’는 법안 심사를 미루는 일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더 설명해야 합니까? 혐오 선동이 정치의 풍경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태롭고 불안한지 더 호소해야 합니까? 


국회에 요구합니다. 어렵사리 어깨를 편 사람들이 일으켜세운 평등을 더는 망치지 마십시오. 국회 밖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뭐라도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데, 국회 안에서는 혐오에 줄을 대느라 눈치만 보는 일을 멈추십시오. 


국회의원들에게 전합니다. 당신들도 차별을 알고 평등을 배울 권리가 있습니다. 평등이 밥입니다. 차별의 일상에서도 우리는 평등을 지어왔습니다. 이제 상은 다 차려졌습니다. 혐오에도 빼앗기는 일에도 길들여지지 않게, 고르게 존엄한 사회에서 더 빛나는 평등을 꿈꾸며, 함께 드십시다. 국회가 밥상 앞에 앉아 밥을 뜰 때까지, 저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이종걸이 전하는 말


평등을 바라는 시민들의 단호한 투쟁이 오늘 시작합니다. 차별의 일상을 매일 마주해야하는 시민들의 결연한 마음과 마음이 모여 오늘의 행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 차별하지 말자고 약속하자는 시민들의 엄중한 요구를 지난 15년 동안 국회와 정부가 무시해왔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등을 앞당기기 위해 단식 투쟁에 돌입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까지 싸우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일상의 차별 속에서 존재하는 대로 당당하게 살고자,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자, 사람답게 살아보고자 행동에 나섭니다.


차별금지법 4월 제정을 쟁취하기 위해 제가 내딛고자 하는 발걸음은 평등을 위해 싸우는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남성동성애자로서 당당하게 말하는 것에 대해 눈치 보며, 나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를 검열해왔던 저 스스로도 지난 삶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고자 평등을 위해 여러 현장에서 힘겹게 싸우는 사람들이 이곳에 함께 와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내고자 오늘 투쟁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비난과 조롱을 당하며 살아왔지만, 우리 사회가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고, 서로가 서로의 곁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내려고, 그리고 힘나게 살고자 이제 행동하고자 합니다. 


평등텐트촌으로 와주십시오. 같이 힘냅시다. 차별금지와 평등을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이 힘이 얼마나 매서운지 국회가 볼 수 있도록 평등텐트촌으로 와주십시오. 우리의 투쟁은 언제나 그랬듯이 함께 같이 살자는 것입니다. 차별과 혐오에 짓눌려 길들여져 사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를 지킬 수 있도록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며 함께 사는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평등을 위해 함께 힘을 냅시다.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우리가 쟁취합시다. 투쟁!





글 | 미류, 이종걸

사진 | 문화연대 신유아